잔상#33, Oil on canvas, 20×20cm, 2022

잔상#34, Oil on canvas, 20×20cm, 2022

  잔상이란 외부의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감각 경험이 지속되어 나타나는 상, 지워지지 아니하는 지난날의 모 습, 잔인하게 상처를 입히는 일, 또는 그 상처들을 아울러 말한다.

감정이란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상태로 지우거나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없으며 본인의 기억 속에 여러 모 양으로 쌓이거나 엉켜 잔상의 형태로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만든다. 나는 이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 즉 감정의 잔상을 그린다.

  감정들은 내면에 잠재되어 실제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므로 피부라는 매체를 통해 시각화되도록 재구 성하였다. 주변 사람들의 피부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왔으며, 기억이나 감정은 시각적인 물성을 지니고 있지 않 으므로 피부의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이미지를 차용하기보다 모호하고 간접적인 방법을 채택하여 작업하였다. 피부를 모티브로 가져온 이유는 살이라는 물성의 느낌 때문이다. 나의 기억 속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감정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살이 가지는 느낌 중에 사람과 사람이 접촉함으로써 애정을 나타나는 순 간이 있다. 연인들의 키스, 가족 간의 포옹, 친구와 악수하는 등의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을 통해 살과 살이 맟 닿으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중화시켜 심리적으로 친밀성을 갖게 만든다.

  나의 작업은 단순히 한 감정을 담기보다는 그 감정이 생기기 전과 그것을 해소하는 과정 모두를 담아낸다. 그 렇게 생기고 또 사라진 감정의 흔적들이 남긴 잔상이 우리를 위로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의 부제를 ‘lily of the valley’로 정하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5월에 은방울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받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어서 가 장 가까운 벗에게 은방울꽃을 선물한다고 한다. lily of the valley(은방울꽃)의 꽃말이 ‘틀림없이 행복해질거 예요’ 라고 하는데 이전의 부제였던 Kaleidoscope는 한없이 변화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는 목적지가 없 는 감정의 해소를 의미했다면 lily of the valley는 현재 본인이 바라는 이 작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감정이자 그림을 감상하는 모든 이에게 이뤄지길 바라는 모습이다. 세상에는 언어로 표현하거나 규정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감정과 감각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은 글로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림을 통하여 말과 글로는 쉽게 전하지 못한 메시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노트 중

김지혜 Kim Jihye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1 ‘잔상; kaleidoscope’, Gallery ON, 서울

2017 ‘잔상_kaleidoscope’, Sejong Art Gallery, 서울

단체전

2021 SEEA 2021, 한가람미술관 3·4관, 서울

2020 ‘만날 수 없어도 느낌이 중요해’, 비디갤러리, 서울

2020 제11회 서울모던아트쇼 2020,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서울

2017 ‘지워지지 아니하는 : 잔상展’, Gallery MU N HEIM, 서울

2017 ‘아트울산 2017’, ART ULSAN, 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