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욕망 그리기에서부터 시발점이 된다. 여러 갈래의 욕망은 지금까지의 나의 작업의 주체가 되어 왔다. 욕망의 모티브를 뱀에서부터 꽃, 그리고 새로 옮겨가며 자연 고리에서 찾아보고자 했다. 집안의 안락한 소파에 앉아 있던 뱀은 옛 피부를 스스로 벗겨 내고 벌건 속살을 드러내며 새 옷을 갈망하는 욕망에 내몰린 구시대의 허물이었다.
밖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은 환영과도 같아서 염원만 가득한 허상 같기도 했지만, 가득하게 바라면 정복할 수 있었던 달과도 같지 않을까 믿어 봤다. 그 믿음은 종교와도 같아서 발화된 순간을 묶어 가두고 곧 스러질 한낱 꽃 그림자의 물감 자국에도 이름 지어 생명력을 주고자 했다. 그리고 이미지에서 울려나온 조각을 제작하고 신화를 상상했다.
이제 밖으로 나와서 바라보던 숲이 아닌, 그 속에서 자연을 접하니 나를 잊은 듯이 흡수되어버린다. 이상의 소설 속 날개처럼 떨지는 건지 날아가는 것인지 모를 그 어느 중간 지점에서 몽롱하게 새의 날갯짓을 바라본다. 물속의 사냥감을 향해 직선으로 떨어지는 새의 날갯짓에서 마치 과녁을 향해 쏘아진 화살의 방향성이 보인다. 새가 사냥하면서 명중을 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회를 포착하기 직전의 응집된 힘을 날갯짓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나의 그림 그리기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외부의 영향에 의해 변화되지만 시각적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시간에 의해 변화되고 빛과 에너지 속도에 의해 왜곡되어지는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사물의 피부를 깨뜨려서 중첩된 여러 개의 윤곽선과 색채의 혼합으로 외양을 허물고 꿈틀거리는 형상을 나타내어 유동하는 이미지를 붓질로서 나타내고자 한다. 프레임 중심부의 안에는 부유하듯 떠 있는 주체와 밖에는 그 대상을 검정의 선으로 묶어서 고정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돌진하는 새의 날갯짓 자국을 표현한 작품에서는 정점을 향해 날아가는 집중된 욕망을 색과 붓질로서 나타내고 검정의 선으로 시간의 경계선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노트 중-
손유선 Son you seon
SPACE B 선정작가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 석사
개인전
2020 TRIGGER, 갤러리너트, 서울
2020 물 안에서, 박경리 작가의 집, 원주 토지문화관
2018 태양처럼, 가나인사아트, 서울
2017 RED TRIANGLE, 강동아트센터 갤러리그림, 서울
2016 Permanent Red, 미래백년관, 서울
2015 두 가지 이미지 충돌, 스페이스제로, 서울
단체전
2019 한국현대목판화전, INI갤러리, 제주도
2018 이화마을전시, 낙산갤러리, 서울
2017 서울시 동행 숲 네트워크 전시-동물, 예술을 만나다전, 선유도공원 이야기관, 서울
2014 아트 이슈 전, 상명대학교 박물관, 서울
3인 3색 전, Space Zero, 서울
얼굴 전, 소밥 갤러리, 양평
2013 3인 판화전, 양평 문화 회관 해누리관, 양평
기타
2019 서울아트쇼, 갤러리초대전, 하랑갤러리
2018 목판대학 네트워킹 참여
2017 서울시 프로젝트 참가
2016 CNB 저널 표지작가 선정
